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푸른 5 월 - 노 천 명 -

자비화 2012. 5. 5. 21:59

푸른 5월/노천명

        푸른5월 / 노천명


      청자빛 하늘이
     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,
      연못 창포 잎에
      여인네 맵시 위에
     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.


      라일락 숲에
     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
     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
      내가 왠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.


     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
      어찌하는 수 없어
     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.


     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
     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.


      풀 냄새가 물큰
     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


     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
      어디메선가 한 나절 꿩이 울고

      나는
      팥나물 호랑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
     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, 나의 사랑아.


     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.
     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.
         
       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
       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
        하늘 높이 솟는다.


        오월의 창공이여!
        나의 태양이여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