카테고리 없음

#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림질 하며

자비화 2011. 9. 30. 09:32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

◎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림질 하며◎


옷깃을 여미게 하는
초가을 아침
남편의 긴소매 와이셔츠를 다린다

동안 구겼던 마음의 주름을 펴듯
손목에 힘을주어 쫙쫙 편다

세월의 무게만큼 낡아버린 셔츠다
갑자기 안쓰러움이 묻어나
아침이 숙연해진다

가장이란 무거운 낱말을
두 어깨위에 올려놓고
얼마나 무거웠을꼬

단 한번의 투정도 부리지않고
묵묵히 내 울타리가 되어준 사람

연민의 눈물을 칙칙뿌려
주저 앉아버린 깃을 자손심인양 세워준다

싸~아한 아침 바람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
당신의 젊음이 꿈이 이토록 주저앉은줄 몰랐습니다

낡은 와이셔츠 위로 또 뜨거운 물방울을 분사시키며
고맙다고 옆구리를 쿡 찌르며
셔츠를 받아쥔 손의 체온이 한결 따스한 아침입니다